여론사람들
“한국에서 사목한 60여 년,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참 빛 사랑
2025. 2. 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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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60여 년의 시간 동안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십시오.”
1958년 한국 땅을 밟은 후 67년 만에 본국 프랑스로 돌아가는 파리외방전교회 나성도(Armel Durand Georges Andre, 96) 신부는 11일 서울 가르멜 여자 수도원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 주례로 퇴임 감사 미사를 봉헌하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나 신부는 치매 초기 진단을 받았지만, 한국에 대한 기억과 애정은 또렷이 간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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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과 함께 울고 웃은 시간
“한국으로 불림 받은 후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함께 자랐습니다. 먹을 게 없을 땐 함께 굶었고, 슬플 땐 함께 울었습니다. 웃고 울고 그저 함께여서 좋았습니다. 특히 50여 년간 저와 동반해준 수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기도해주셨는지 모릅니다. 기도해주신 수녀님들이 있기에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우리는 기도 안에서 또 만날 것입니다.”
1929년 프랑스 샹피니(Champigny) 마을에서 태어난 나 신부는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해 1958년 6월 30일 사제품을 받고 12월 5일 한국 땅을 밟았다. 대구대교구로 발령받은 나 신부는 한국어를 배운 뒤 1962년 신암본당 주임으로 사목을 시작했다. 안동교구 설립 후에는 1964년 봉화본당, 1970년 울진본당에서 사목했다. 울진에서 사목할 당시에는 인근 후포항의 가난한 어민들을 위해 조합을 결성하고 해외 원조를 받아 30톤급 어선을 마련해 그들의 생계에 큰 도움을 줬다. 이후 1977년 안동교구청에서 교정 사목을 담당하다 이듬해 서울 가르멜 여자 수도원 상주 사제로 발령받고 47년간 수녀회의 영적 아버지 역할을 해왔다. 1979년부터 1991년까지는 서울 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성경 강의도 맡았다.
구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나 신부님은 1970~1980년대 한국 교회 안에서 신구약 성경이 번역되고 하느님 말씀에 대한 열망이 불같이 일어나던 때에 기초를 놓아주신 분”이라며 “개인적으로도 1980년대 초 서품을 받고 서울대교구 사제단 성서특별연수회에서 나 신부님 강의를 들으며 신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하느님 말씀의 깊이와 넓이를 배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 신부를 영적 아버지로 여기며 50여 년간 헌신해 온 가르멜 수녀회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미사에 함께한 두봉 주교는 “한국에서 70년 가까이 같이 살았던 친구가 떠나게 된 섭섭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오는 것도 가는 것도 모두 하느님께서 마련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 신부님 성격이 워낙 정확하고 빈틈없기 때문에 가르멜 수녀원에서 47년간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년 넘게 교리신학원에서 성경을 가르치면서 말씀 관련 소책자를 15권이나 집필했다”며 “그동안 살아왔던 것처럼 주님께서 부르실 때까지 말씀 안에 떳떳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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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뜨겁게 인사
나 신부는 미사 후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뜨겁게 인사하며, 언제든 자신을 방문하면 반갑게 맞이하겠다고 약속했다. 나 신부는 27일 출국해 프랑스 로리스(Lauris) 파리외방전교회 사제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낼 예정이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