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과학과 신앙] (18)그 새가 왜 거기 있었을까?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참 빛 사랑
2025. 2. 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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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6년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예술가이며 발명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박쥐의 날개 모양을 본뜬 비행 장치를 만들어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을지를 실험했다. 하지만 인간 근육의 힘만으로는 비행을 위한 추진력을 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독일의 기술자인 오토 릴리엔탈은 현대 항공학의 선구자적 인물로서 비상하는 새 날개의 공기 역학을 연구해 1891년 최초로 사람이 탈 수 있는 글라이더를 제작했다. 그는 박쥐 모양의 날개를 한 글라이더를 타고 2000번이 넘는 비행에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돌풍을 만나 추락사한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3개월간 1000번이 넘는 글라이더 시험 비행 끝에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무게 174㎏의 인류 최초 유인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Flyer)호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다. 드디어 인간이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69년에는 음속의 2배가 넘는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민간 여객기인 콩코드가 등장한다.
현재 인류는 비행기를 이용해 자유롭게 대륙과 바다를 건너 지구 어디든 빠른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되었으며, 이제는 우주여행 관광상품으로 지구 대기권 100㎞ 높이까지 올라가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삶의 질을 이전 시대보다 획기적으로 높여주었다. 앞으로 더욱 발달된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류에게 가져다줄 장밋빛 미래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진보는 인류에게 이전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위험도 가져왔다. 더 빨리 더 많이를 추구하는 운송수단의 발달은 사고 발생 시 그만큼 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 말과 올해 초에 보도된 국내외 항공기 사고다.
특히 작년 12월의 국내 항공기 사고는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철새와의 충돌 가능성을 꼽는다. 계절마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철새들은 인간이 사용하는 나침반이나 GPS 장치 없이도 수백 킬로미터 이상의 대륙과 바다를 건너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철새의 이러한 놀라운 능력은 새의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4라는 단백질이 새의 신경계로 하여금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방향을 인식하게 하는 생체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새들이 본능적으로 먹이를 찾아 다른 대륙에서 날아와 새로운 곳에 머무는 지점 근처에 공항이 있다면 새와 인간의 이해관계가 겹쳐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천지 창조 이후 하늘은 인간의 생활 범위가 아닌 새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비행기 발명 이후 이제 하늘은 새들과 인간이 공존하며 서로의 목적과 안전을 추구해야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한 해법 제시는 새들이 아닌 인간의 몫이다. 인간 입장에서 ‘왜 공항 근처에 철새들이 많이 있을까?’의 문제는 철새들의 입장에서는 ‘본능에 의해 날아온 이곳에 왜 비행기가 있을까?’의 문제가 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밀랍으로 붙인 새의 깃털 날개로 크레타 섬을 탈출하려다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너무 높이 날아 날개의 밀랍이 태양에 녹아 바다에 추락했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영향을 준다. 이 둘을 함께 만든 하느님의 의도를 어기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다 또 다른 이카로스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겠다.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