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복음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7주일 - 누가 원수입니까?

참 빛 사랑 2025. 2. 26. 15:1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원수를 사랑하는 방법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동태복수법(탈리오법)을 뛰어넘어 아예 복수를 금지하는 것이며, 나아가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는’ 황금률을 포함해 미워하는 자에게 잘해주고 저주하는 자에게 축복하며 학대하는 이에게까지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무조건적이고 이타적이며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입니다.

복음에서 열거하는 원수의 종류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 나를 저주하는 사람, 나를 학대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 잘해주면 계속 괴롭힘을 당할 것 같습니다. 나를 저주하는 사람을 축복하면 점점 더 힘들게 할 것 같습니다. 나를 학대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면 계속 맞고만 있으라는 것 같고, 겉옷을 가져가는 자가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두면 알몸으로 부끄러움을 당하게 됩니다.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되찾으려 하지 않으면 내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참으로 사랑 많고 인자하게 살라고 가르침을 주시지만, 현실에서 실천하려면 여간 고민이 많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을 접하면서 나에게 있어 원수가 누구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실 멀리 있는 원수는 진짜 원수가 아닙니다. 그들은 그냥 잊고 지내면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원수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내 가족과 친척 중에서, 가까운 이웃 중에서, 친한 친구 중에서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수가 되기 바로 전 단계가 상처를 주고받는 사건입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그가 미워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매우 다양해서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가깝고 사랑하는 이에게서 받는 상처일수록 훨씬 더 마음 깊이 아프게 다가온다는 사실입니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게서는 상처받을 일도 별로 없지만 상처를 받더라도 쉽게 잊힙니다. 하지만 내가 마음 쓰는 사람에게서는 사소하고 섭섭한 느낌도 세상에서 가장 아픈 부분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와의 관계에서 마음이 한없이 돌아서고 원수까지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된 원수 관계는 다행히 단순한 실마리로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처가 되었던 사소하고도 섭섭했던 일을 잘 풀어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너무 멀리 있어서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혹은 자주 만나기 때문에 기회도 많이 주어집니다. 용기를 내어 사랑의 표현을 한다면 원수 관계는 눈 녹듯 사라지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혹시 전에는 좋은 관계였는데 지금 원수처럼 지내고 있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용기를 내어 오늘 복음의 예수님 권고를 실천한다면 원수는 없어지고 소중한 사람을 다시 얻게 될 것입니다. 그도 하느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하느님 뜻은 화해하고 일치하여 사랑의 관계를 이루는 것입니다.

원수에 대한 사랑은 손해 보는 사랑이요, 어리석은 사랑처럼 보입니다.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도 어리석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크고 높은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고 가르쳐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도 이 사랑을 배워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원수는 없어지고 사랑하는 사람들만 영원히 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