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수십년 가꿔온 상촌공소 불에 타 울음바다
참 빛 사랑
2025. 2. 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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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20여 명 대부분 70대 이상
성전 수리·복원 비용 마련 막막
“아이고, 평생 가꿔온 우리 공소가 불타뿟네! 이게 무슨 일이라여, 우째여⋯.”
새해가 밝은 지 겨우 2주 만에 안동교구 남성동본당 상촌공소는 울음바다가 됐다. 반세기 넘게 제집처럼 아끼며 관리해온 공소 건물이 1월 15일 일부 소실됐기 때문이다. 맹추위에도 공소예절을 하러 오는 신자들을 위해 미리 난로를 틀어놨는데, 누전으로 불이 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공소 신자들의 오랜 사랑방이었던 모임방과 제의실 등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성전까지 다 타버리기 전에 불을 끈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인명피해는 없지만, 손때 묻은 정겨운 공간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충격적인 상황. 대부분 70대 이상인 신자들은 차마 말도 잇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넘게 공소를 사랑과 정성으로 돌본 이들이었다. 세월만큼 상실감도 컸다.
상촌공소 건물은 1967년 8월 건립됐다. 독일 출신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민공도 신부가 경북 상주시 낙동군 상촌리 땅을 매입해 지었다.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0월 낙동군 내곡리 기와집에서 공소예절을 시작한 지 17년 만이었다. 이후 공동체는 부침을 겪으면서도 신앙을 지켜왔다. 현재는 신자가 약 20명으로 남성동본당 공소 4곳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공소 건물은 애틋한 역사 외에 특별한 보물도 간직하고 있다. 붓으로 신앙을 전파한 프랑스 출신 성 베네딕도회 앙드레 부통(1914~1980) 신부가 그린 벽화다. 부통 신부는 1966~1976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 머물며 경북 지역 성당과 공소에 벽화 작업을 했다. 이곳 상촌공소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세례 장면을 담은 아름다운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 화재가 성전 일부까지 번지면서 벽화는 예전 모습을 잃고 말았다. 까만 그을음이 묻은 데다 진화 과정에서 물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복원이 시급한 상태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벽화 복원 비용과 성전 수리 비용을 합해 5000만 원이나 된다. 여기에 소실된 제의실과 모임방 등을 다시 짓는 데는 1억 2000만 원이 들 예정이다.
고령인 몸으로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는 공소 신자들에게 이 금액은 너무도 벅차다. 남성동본당도 모금을 준비하고 있지만, 형편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함께 지낸 수십 년 세월이 무색하게도 하루아침에 처참한 모습으로 변한 ‘하느님의 집’. 그 앞에서 신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슴을 치면서 주님께 도와달라고 눈물과 기도로 호소하는 것뿐이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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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견인 : 정철환 신부 / 안동교구 남성동본당 주임
“상촌공소 신자들은 수십 년 동안 하느님을 섬기는 마음과 애정으로 공소를 가꿔왔습니다. 고령인 이들은 공소가 새롭게 봉헌될 수 있기를 바라며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상촌공소가 다시 잘 지어지고, 부통 신부님의 벽화도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간곡히 부탁합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상촌공소에 도움을 주실 독자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