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국제)
강제 결혼하는 네팔 미성년자 530만 명
참 빛 사랑
2025. 2. 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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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중심가의 원룸 임대 아파트에 사는 프라티(가명, 24)씨가 분주하다. 지난 1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일본어 수업 노트를 손에 꼭 쥔 채 복습을 거듭하는 것이다. 두 자녀와 함께 일본으로 이민을 가기 위해서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꿈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16살 때 자신보다 10살 더 많은 남자와 결혼해 17살에 엄마가 됐고, 수년간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참아내야 했다. 네팔 서부 포카라에 있는 착한목자수녀회의 ‘기회의 마을 네팔’(Opportunity Village Nepal, OVN) 상담사인 주누 슈레스타 수녀는 프라티씨를 구출할 당시 “그녀는 소극적이고 조용하며 희망을 갖지 못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네팔에서 여성들의 조기 혼인이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교회가 보호와 상담을 통해 어린 여성들이 강제 조혼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프라티씨는 2023년 12월 카스키 지구 경찰에 의해 네팔-인도 국경에서 구출된 뒤 OVN 보호소에서 1년 동안 보호를 받았다. 슈레스타 수녀는 “프라티씨가 트라우마를 나누기 시작한 것은 상담을 몇 주 받은 뒤였다”며 “그 때에도 말로 하기보다 그저 감정을 종이에 흘려 적은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네팔에서 18세 미만 소녀가 혼인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전통적 가부장제와 빈곤으로 이같은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프라티씨는 약 1년 동안 보석 디자이너 훈련을 받은 뒤 지난해 12월 28일 부모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자활 과정의 일환으로 일본어 수업을 듣기 위해 카트만두로 이사 왔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프라티씨와 같이 미성년자이지만, 강제로 혼인한 여성이 53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120만 명이 15세 이전에 강제로 혼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권리운동가 라제쉬 샤르마씨는 “과거 미성년자 강제 결혼은 부모 강요 때문에 이뤄진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스스로 원해서 한다는 이들도 있다”며 “성과 혼인에 대한 올바른 교육의 부재·가정 폭력·빈곤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OVN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사하와 젠시 수녀는 “부모가 사랑과 보살핌을 제대로 아이에게 전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외부에서 사랑을 찾으려 한다”며 “이로 인해 조혼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OVN에는 강제로 결혼했던 552명의 소녀가 거쳐 갔다. 이 중 507명을 가족에 돌려보내거나 자립시켜 인신매매·성 착취·가정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했다.
네팔 정부는 2014년 지속 가능한 목표 중 하나로 2020년까지 미성년자 강제 결혼을 없애겠다고 천명했지만, 2년 뒤 연한을 2030년으로 늦췄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