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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평화칼럼] 부익부 빈익빈

참 빛 사랑 2025. 2. 22. 13:47
 

마태오 복음 13장 12절 말씀은 이러하다. “사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오래전 이 구절을 처음 접했을 때 ‘하느님께서 어떻게 부익부 빈익빈의 하느님이실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미사 복음 속에서 다시 이 구절을 대할 때는 ‘아, 정말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는 커다란 울림이 마음에 전해졌다. 세속적 관점이 아니라 신앙에 있어서는 정말로 ‘부익부 빈익빈’이 성립한다는 것을, 그동안 신앙생활에서 겪은 선순환과 악순환의 경험을 통해 몸소 깨닫게 된 것이다.

몇 년 전, 새해 다짐으로 ‘올해는 성경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어보자’는 결심을 했었다. 그리고 그 결심을 한 해 동안 꾸준히 지켜나갔다. 때로는 성경 말씀에 깊이 집중해 마음에 와 닿는 큰 울림을 체험하기도 했지만, 또 어떤 날들은 ‘의무감에 읽기만 하는’ 날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1년을 그렇게 보내고 성경 통독을 마쳤을 때, 곧바로 엄청나게 큰 변화가 생기진 않았지만 내 안에 분명히 남은 것이 있었다. 바로, 기도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성경을 읽는 작은 노력에서 출발한 여정이 자연스럽게 기도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고, 그 결실로 묵주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묵주기도를 매일 바치다 보니, 신비 안에 등장하는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전에 읽었던 성경 말씀과의 연결이 궁금해졌다. 교리도 더욱 자세히 공부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크게 얻은 것은 ‘죄에 대한 민감함’과 ‘성체성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열망’이었다. 분명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을 가까이하려는 이에게 ‘청한 것보다 더 많이’ 주셨다. 이것이야말로 신앙에서 누리는 가장 아름다운 선순환이었다.

물론 이렇게 선순환만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신앙에 있어 선순환이라 느끼다가도, 작은 유혹이나 사소한 실수로 인해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가까운 사람과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섭섭함 같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한순간 죄에 빠지면 그동안 열심히 쌓아올렸던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기도 하고, 그런 상태가 반복되면 죄에 둔감해져 고해성사를 멀리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찾아오곤 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하느님 자비를 기억해야 한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에게 새로운 선순환의 시작을 허락하시고, 회개의 길을 열어주신다. 그래서 우리는 설령 죄에 빠질지라도 다시 일어설 희망이 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기쁜 소식’이 바로 이 회복과 구원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다시 성경을 펼치고 묵주를 잡으며, 성사를 통해 주님께 나아갈 때 우리는 또다시 풍성한 은총을 맛보게 된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가진 자, 그리고 더 받아 넉넉해진 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더 많이 받았다고 해서 그걸로 끝이어서는 안 된다. 예수님께서는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루카 12,48) 오늘도 우리는 ‘많이 받은 자’로서 그 은총을 잘 지키고 더욱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가진 자’로서 더 많은 요구를 받되, 결국은 더 풍성한 은총과 사랑을 누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신앙인들에게 허락된 ‘부익부 빈익빈’의 참모습이며 하느님 사랑의 신비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