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살 때 현지 또래들과 종교 이야기를 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생각보다 종교색을 그리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다. 친한 친구일수록 종교나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인류·정치 학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을 숨겨진 세력이라고 표현한다. 사회의 부가 일정 정도에 이르면 이들은 일상적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침잠하지만, 박해나 탄압 등의 자극이 가해지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고 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종교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생활 자체가 그리스도교적 전통에서 이루어져 왔는데 무관심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충격받은 적이 있다. 단순히 원칙처럼 이해했던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는 것과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29~31 참조)는 주님 말씀을 지키기 너무 힘들어 그리스도인이라 자부하기 부끄럽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필자도 부끄러웠다.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지만, 그렇게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의무가 있는지는 잊어버렸던 것이다. 주님께 냉담하며 별생각 없이 살고 있는 듯한 그들의 오랜 고민과 깊은 방황은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평가하고 있었다.
신명기(6,2)에서 모세는 “너희와 너희 자손들이 평생토록 주 너희 하느님을 경외하고, 내가 너희에게 이르는 그분의 모든 규정과 계명을 지켜 오래 살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나마 둘로 핵심만 찍어주셨다. 그것조차 지키기 버거워하는 것이 우리다. 계명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그리스도인이라 자부하고 다니는 이와 부끄러워하며 가슴을 치는 이 가운데 주님께서 더 안타깝고 사랑스럽게 봐주실 이는 누구일까.
영국의 작곡가 토마스 탈리스(1505~1585)가 작곡한 ‘새로운 계명(A new commandment)’은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핵심 계명의 소중함을 노래한다. 헨리 8세 통치 기간 개신교가 도입되며 혼란스러운 시기에 신앙인의 자기고백이 아닐 수 없다.
youtu.be/WAKOzRwYgVg?si=6wuw2i0sUtV-DNqM
20세기 영국의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영혼의 세계(The World of the Spirit)’ 중 ‘이것이 나의 계명(This is my commandment)’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웬만하면 전곡을 듣길 바란다.
//youtu.be/Rgkhn45dgLA
찰턴 헤스턴·율 브리너가 주연한 1956년작 영화 ‘십계’도 볼만하다. 엘머 번스타인의 음악은 장중하면서도 신비롭기 그지없다.
//youtu.be/tkJ3cjfmCdo?si=iLVD0TzTOROPaaet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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