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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앞장섰던 외아들 뜻 기려 장학기금 15억 쾌척

참 빛 사랑 2023. 6. 9. 18:01
 
아들 고 오석호씨의 유산을 가톨릭대 신학대학에 장학금으로 기부한 오판준·박운화씨 부부가 감사패를 들고 신학대학장 전영준 신부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생 전교에 힘썼던 우리 아들 뜻을 잇고자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제를 양성하는 곳에 유산을 기부했죠. 아들 이름을 딴 장학회가 생긴다니 그저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외동아들 고 오석호(요한 세례자, 1967~2022)씨의 유산 15억 원을 가톨릭대 신학대학 발전기금으로 낸 팔순 부모가 전한 소감이다. 가톨릭대 신학대학(학장 전영준 신부)은 5월 25일 거행한 개교 168주년 기념 미사에서 오판준(마태오)·박운화(데레사)씨 부부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들 부부는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신학대학을 찾아 “아들이 생전에 사제들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했다”며 고인이 된 아들의 유산을 기부했다. 가톨릭대 신학대는 이 기금으로 ‘오석호 세례자 요한 장학금’을 신설해 학비를 지원하는 데 쓸 계획이다.

‘고인께서는 깊은 신심과 선행으로 그리스도의 덕행을 모범적으로 실천하였다.’ 부부에게 수여된 서울대교구장 겸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이사장 정순택 대주교 명의의 감사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말처럼 아들 오씨는 지난해 6월 암 투병 끝에 55세 나이로 하늘나라로 떠나기 직전까지도 신앙인의 의무인 전교와 나눔을 실천했다. 국내외를 오가는 바쁜 일상으로 세례를 받은 것은 2012년이었지만,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홀로 명동대성당을 찾아 기도하고 묵상했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난 1990년대 초에는 불교 신자였던 부모를 설득해 먼저 가톨릭 신앙으로 이끌었다. “남 돕는 일을 좋아하시니 가톨릭 신자가 돼서 주님의 사랑 안에서 그 일을 하시면 더 좋겠다”고 부탁한 것이다. 또 같은 불교 신자였던 그의 아내 역시 남편 선종 후 반년 뒤인 지난해 주님 성탄 대축일에 ‘로사리아’로 세례를 받았다. 초등학교 은사 부부도 오씨의 전교로 신자가 됐다.

아들은 굳건한 신앙을 바탕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는 삶을 살았다. 그가 꾸준히 후원했던 교회 내 단체만 명동밥집부터 소화영아재활원ㆍ안나의집·인보회·꽃동네·요셉의원·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등 전국적이다. 그는 부모에게도 늘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님을 섬기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 모든 일은 하느님 아버지 권능을 통해,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받아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부모를 지극정성 챙기는 효심 깊은 아들이기도 했다.

오씨의 부모는 “아들이 우리에게 신앙과 나눔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을 주고 떠났다”며 “그 뜻에 따라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주님을 섬기고 봉사하며 여생을 살겠다”고 밝혔다. 부부도 재산을 교회에 환원해 이웃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