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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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조경자 수녀의 하느님의 자취 안에서] 15. 우리는 하느님이 아닙니다

참 빛 사랑 2021. 10. 29. 19:52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조경자(마리 가르멜, 노틀담수녀회) 수녀

 

  • 우리가 살고 있는 강화도에는 인천교구의 신학교가 있다. 우리 공동체는 인근에 있다 보니 매일 아침 신학교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 느끼는 것이지만 이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이 이미지 자체가 전체 교회와 지체로서의 교회인 나를 기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특별히 지난봄, 성소 주일에 느꼈던 전율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신학교에서는 성소 주일 행사도 못 하고 조용히 지나가는 것 같았다. 가라앉은 듯한 전체 분위기가 코로나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상황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가 그렇듯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모두가 적응하려고 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강론대에 서신 신부님이 성소 주일에 맞게 착한 목자이신 우리 주님에 대해 말씀을 하시더니, 이렇게 크게 외치셨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모두 양입니다. 목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양입니다. 목자는 우리 주 그리스도 한 분뿐이십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모두 주님께서 이끄시는 양 떼입니다.”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조용했다. 맨 뒷자리에서 보니 모든 신학생도 강론대를 향하여 숨죽여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소 주일에, 목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우리는 목자가 아니라 양입니다”고 외치는 소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67항에서 “우리는 하느님이 아닙니다”라고 하신 교황님의 호소와 하나가 되어 들려왔다.

    어떻게 저런 외침이 있을 수 있었을까?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오직 한 줄기 빛으로 마음자리에 희망이 남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하느님이 아니다. 우리는 그분의 양 떼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나도 올바르게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졌고, 전체 교회의 의도에 나도 함께 동의하고 싶었다. 한 신부님의 강론이었지만 교회가 스스로를 올바로 이해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성령 안에서 재촉함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모두 하느님과의 관계성 안에서, 교회 안에서 누구인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진정 알아들어야 하는 하느님의 뜻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시고,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깊이 새겨주셨다.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광야를 걸으며, 우리가 찾아야 할 분이 누구이신지를 알고, 우리 자신은 그분께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이로운 다양한 활동들로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정말 소중하고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우리의 자의식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목자이시도록, 하느님이 하느님이시도록 우리가 꿰찬 완장을 내려놓아야겠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는 누구인가?”라는 인격체로서의 ‘교회의 자기인식’으로 질문하여, 그 구성원들이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둔 몸의 각 지체로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지난 10월 9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세계 주교 시노드’ 개막 연설에서 “하느님께서 제 삼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은 바로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의 여정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함께 걸어가는 교회로, 교회의 구성원들이 세례 때에 받은 같은 성령 안에서 위기를 바라보고, 길을 모색하자는 초대이다. “우리 함께 꿈꾸자, 우리 함께 찬미하자, 우리 함께 걸어가자”라고 초대하는 아름다운 교회에 내가 그 지체로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정말 놀라운 것은, “우리는 모두 양입니다!”라고 외친 사제에게서 참으로 양 냄새 나는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 또한 나의 자리에서 ‘양’임을 인정할 때,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어내는 지체로서 살게 될 것이라고 희망한다.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조경자(마리 가르멜, 노틀담수녀회)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