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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사제가 첫 요리에 도전한 이유는

참 빛 사랑 2021. 10. 17. 19:34

은성제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 서울A지T)

 

▲ 은성제 신부

이번 추석 때는 조금 특별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저희는 청소년이동쉼터라서 버스를 타고 나가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납니다. 저는 단지 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목이 주목적이기에 이번 추석에는 가출했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식사를 못 하는 청소년들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배경이 있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지만 해마다 설과 추석이 되면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위기 청소년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명절 밥을 먹였습니다. 저는 사제라서 집안 눈치를 볼 일도 없는데 못 할 이유도 전혀 없고, 직원의 모습이 진정 예수님께서 저에게 원하시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그 직원이 지인에게 명절 선물로 받은 LA갈비 5㎏을 기꺼이 저에게 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추석 당일 오전부터 본가에서 어머니에게 배워, 오후에 사무실로 와서 직접 양념을 해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설탕물로 핏물을 제거하고, 초벌로 삶은 다음 간장, 물엿, 맛술을 넣고 다진 마늘, 대파, 양파 등을 넣어 잘 재어놨습니다. 조리하기 1시간 전에는 키위를 갈아서 넣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드디어 친구들이 왔습니다. 다행히도 너무나 맛있다고 해서 감사했습니다. 사실 저는 요리를 해 본 적이 거의 없거든요.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지만 5000명을 먹이신 기적 사화처럼 세상에서 필요한 것들도 채워주셨지요. 그저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그 친구들의 배고픔을 채워주면서 한층 더 친해질 수 있었고, 그 친구들도 저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때로는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이 현세에서 배고프고 목마르며, 아프고 지친 것을 위로해주고 채워주어야 함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등이 따스하고 배가 부른 것이 하느님 나라는 아니어도, 등이 따스하고 배가 부르게 해주면 마음이 열려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실을 잊지 말고 사목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은성제 신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 서울A지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