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조 주일 - 그리스도인 박해 현황과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활동
▲ 2018년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테러로 제단과 성상 등이 파괴된 이라크의 한 성당 모습.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는 박해받는 교회 재건을 돕는 데 주력하는 해외 사목원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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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총탄 자국을 한아름 껴안고 파괴된 성당. 그 위에서 앙상한 철근을 드러낸 채 제 기능을 잃어버린 종탑. 거룩함을 전해야 할 성전 내부는 침략자들이 남긴 아비규환의 흔적과 소리 없는 비명이 가득하다.
흙먼지가 날리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성화. 보기만 해도 충격적인 목과 손이 잘린 성모 마리아상. 그리고 불에 타버린 제의실과 고해소까지. 빗발치는 총성과 포탄에 얼마나 많은 이가 절규하며 쓰러졌을까. 성가가 울려 퍼져야 할 성전 주변은 인적조차 없고, 붕괴된 상점과 텅 빈 가옥에 남겨진 집기들만이 언제 올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래전 이야기가 아니다. 이슬람 무장단체와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지금도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등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하고 있는 ‘21세기 현대판 그리스도교 박해의 현장’이다. 해외 원조 주일을 맞아 세계 전역에서 박해받는 그리스도교 재건을 위해 영적ㆍ물적 지원을 해오고 있는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의 활약과 박해 보고를 전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그리스도교 박해는 현재 진행 중
ACN이 지난해 발간한 신앙 때문에 박해받은 그리스도인에 대한 보고서 ‘박해받고 잊혀지다 2017~2019’에 따르면, 2018년 현재 73개 국가에서 그리스도인 2억 4500만 명이 극단적이고 강도 높은 박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그리스도인 박해가 심한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이집트, 수단, 파키스탄, 시리아, 이라크 등 주요 박해국 50개 나라에서 매일 평균 11명이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해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집단 학살, 성전 및 교회 건물 파괴, 지역 주민 강제 개종 및 성폭력, 강제 이주까지. 하느님 집을 무너뜨리고, 주님의 자녀들을 공격하는 어둠의 손길은 잔인하다. 이라크는 2003년 그리스도교 신자가 150만 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12만 명 이하로 감소했다. 이라크에서만 무력과 박해로 한 세대 안에 신자가 90% 이상 죽거나 이주한 것이다. 시리아도 150만 명에 이르던 그리스도인이 2019년 3만 명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스도교 뿌리인 중동이 ‘신앙의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2018년에만 그리스도인 3700여 명이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에게 살해당했다. 성직자와 수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2018년 사제를 포함해 112명이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난민 캠프에서 학살당했다. 우리와 가까운 스리랑카에서도 지난해 주님 부활 대축일 테러로 258명이 사망했으며, 필리핀에서도 성당 테러로 100여 명이 사상했다. 그리스도인을 쓰러뜨리는 총성은 지금도 울리고 있다.
박해받는 교회를 위한 해외원조
ACN은 믿음 때문에 죽음과 탄압을 당해야 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돕는 국제 사목원조기구다. 1947년 비오 12세 교황의 호소에 응답해 설립됐으며, 1984년 교황청 ‘국제적, 공적 신앙 단체’로 공인됐다. 독일 쾨니히슈타인에 있는 ACN 국제본부를 중심으로 세계 23개국 지부가 활동 중이며, 한국은 2015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지부가 설립됐다. ACN은 오늘날 140개국에서 성전 건립 및 재건, 성직자 양성과 생계지원 등 6000여 개 사목 원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ACN은 2018년에만 무너진 성당과 수도원, 신학교 등 2470곳의 재건을 도왔으며, 신학생과 수녀 2만여 명을 위한 양성, 생계 및 교육 지원을 했다. 사목 활동용 차량 907건도 제공했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지원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모두 ACN을 통해 세계인의 사랑이 박해받는 교회에 수혈됐다.
하느님의 눈물을 닦아주는 한국교회 신자들의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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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가 지난 성탄 캠페인으로 펼친 ‘시리아 한방울 우유’ 캠페인. 한국지부는 이 캠페인을 위해 5000만 원을 모금했다. ACN 한국지부 제공 |
2015년 ACN 한국지부(이사장 염수정 추기경, 지부장 박기석 신부)가 설립된 이후 한국 신자들도 박해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는 데에 5년째 동참하고 있다.
설립한 해에 1억여 원이 모금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만 약 13억여 원이 모금돼 ACN 국제본부를 통해 박해 지역에 전달됐다. 5년 동안 총 37억여 원이 모금됐으며, 현재 ACN 한국지부 후원자 수는 5400여 명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새로 설립된 ACN 지부들 가운데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다.
ACN 한국지부는 △세계 그리스도교 박해 참상과 원조의 필요성 알리기 △기도하기 캠페인 △후원 동참으로 행동하기 등 3가지 사명 아래 국제본부와 연결한 캠페인과 후원자 모집, 소식지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ACN 한국지부는 2018년 염수정 추기경과 분쟁의 땅 미얀마 교회를 방문하는 등 박해 지역과 만남도 가졌다. 지난해에는 서울대교구와 (재)바보의나눔, 가톨릭평화신문과 함께 서울주보와 본지를 통해 펼친 ‘사랑의 손길’ 캠페인을 통해서도 수단, 레바논, 시리아에 약 1억 8500만 원을 전달했다. 올해 ACN은 사순ㆍ부활을 맞아 ‘현대 순교자들과 신앙의 증거자들을 기억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 캠페인을 펼친다.
문의 : 02-796-6440, www.churchinneed.or.kr, 후원 계좌: 신한은행 100-031-121620, 예금주: (사)고통받는교회돕기한국지부
인터뷰 - ACN 한국지부장 박기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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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기석 신부 |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누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볼 때 ‘어떻게 지금도 이렇게 잔인한 박해가?’라고 물을 수 있지만, 오늘날 박해는 더욱 잔인하고 극심합니다. 목숨 걸고 신앙을 지키는 그들을 위해 우리도 사랑을 보태야 합니다.”
ACN 한국지부장 박기석 신부는 “오랜 내전을 겪고 사제와 신학생마저 죽음으로 몰아가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중동 지역 그리스도교 신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궤멸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당과 집이 무너지고, 공공기관에서 빈곤하게 살아가는 그들은 믿음을 지키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박해받는 교회 원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신부는 “서울의 본당 한 곳에서만 교우 300여 명이 후원자로 동참해주셨고, 어르신들도 작은 정성을 더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보람과 감사를 느낀다”며 “우리처럼 자유롭게 주님과 함께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꾸준한 관심 속에 작은 정성과 기도로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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