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건 사랑한다는 것
바람에 꽃향기가 묻어납니다. 해마다 피는 꽃인데도 꽃을 볼 때마다 설렙니다. 이 계절이면 하느님의 아름다우심을 노래하고 감탄하게 되죠. 성모성월이 되면 수녀원에서는 함께 기도지향을 정하고, 이에 따른 실천사항을 결정합니다.
전 회원이 묵주기도 현의를 나눠 고리기도를 바칠 때도 있고, 성모님의 덕행 중에 닮고 싶은 것을 찾아 묵상하기도 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성모의 밤 기도로 이어지죠. 호칭기도를 이태리어로 리타니에(Litanie)라고 하는데 성모상 앞에서 노래로 바치는 성모 호칭기도가 참 아름답습니다.
본당에서도 성모의 밤 기도를 준비하시죠? 올핸 성모님의 일상의 모습을 묵상하고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성모님과 함께하는 31일 기도」 개정판이 나왔는데요, 이 책은 성모님의 숨은 삶을 관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는 특히 기다림에 대한 묵상이 좋은데요, 마리아는 평범한 나날을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터전으로 삼으셨습니다. 성경에서 마리아는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도, 마지막 장면에서도 기다리는 분으로 등장하시죠. 예수님의 탄생부터 승천까지 일생을 기다리셨습니다.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내맡기며 천사의 알림에 "예"라고 응답하셨을 때도, 잉태 후 아기를 낳을 때까지 아홉 달을 기다리셨고, 아들이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을 때도, 십자가에 못 박힌 외아들이 마지막 숨을 거둘 때도 기다리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아무도 믿지 않을 때도 마리아는 무덤 앞에서 홀로 밤을 지새우며 사흗날이 되길 기다렸죠. 그런가 하면 마리아는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함께 성령을 기다리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