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슬람 수니파의 최고 지도자격인 아흐메드 알 타예브 대이맘과 악수하고 있다. 교황은 “앗살람 알라이쿰!(평화가 여러분과 함께!)”이라고 인사한 뒤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형태의 증오를 하느님에 대한 거짓된 우상이라고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S 자료사진】
 |
| ▲ 피랍 18개월 만에 구출된 이튿날 바티칸을 방문한 톰 우준날리 신부를 교황이 축복해 주고 있다. |
 |
| ▲ 바티칸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억하며 발행한 우표. |
 |
| ▲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가 지난 6월 기자회견장에서 ‘제1차 가난한 이의 날’ 로고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세계 교회는 올 한 해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바치면서 더없이 분주하게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툼과 분열로 고통받는 지구촌 변방을 찾아다니며 용서와 일치의 씨앗을 심었다. 또 교회는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11월 19일)을 지내면서 소외와 사회적 불평등에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논란과 그리스도인 박해 등 안팎으로 많은 도전이 있었던 한 해였다. 하지만 교황은 “오히려 도전 없는 신앙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러한 도전은 황소를 붙잡을 때 뿔을 잡듯이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3월 25일, 이탈리아 밀라노 연설)고 말했듯이, 두려워하지 않고 헤쳐나갔다.
변방으로 달려간 목자
교황은 81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행보를 이어갔다. 올해 이탈리아를 벗어난 사도적 방문은 네 차례 있었다. 파티마 성모 발현지(5월)를 제외하면 모두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지구촌 변방이었다. 콥트교인들에 대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박해가 극심한 이집트(4월)를 방문해서는 이슬람과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었다. 교황은 수니파 최고 지도자격인 아흐메드 알 타예브 대이맘과 만난 뒤 “우리 만남이 곧 메시지”라며 2006년 이후 대화가 끊겼던 두 종교의 대표 회동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반세기 넘게 계속된 내전에 종지부를 찍고 사회 통합을 모색하는 남미 콜롬비아(9월)에서는 용서와 화해를 역설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11월)에서는 종교적 증오로 고통받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을 만나 위로했다. “모든 사람을 대표해 당신들을 박해한 이들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오늘날 하느님의 현존은 또한 로힝야라고 불린다”고 한 교황 발언에 세계 언론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억’
가톨릭 교회와 갈라진 형제들은 루터의 종교개혁 500돌을 함께 ‘기억’하면서 분열의 역사를 넘어 일치의 길을 걷자고 다짐했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루터교세계연맹은 루터가 95개 조 반박문을 내건 지 500돌이 되는 10월 31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두 교회는 “우리가 공통으로 가진 것이 우리를 여전히 분열시키는 것보다 훨씬 많다”며 일치 여정을 계속 가겠다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박해와 교회 재건
IS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 무장 조직들은 이라크와 시리아 교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들의 박해와 살해의 광기에 쓰러진 교회를 보고 ‘그리스도인 없는 신앙의 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교황청과 고통받는 교회돕기(ACN)가 피란을 떠난 그리스도인들의 고향 귀환을 지원하는 니네베 평원 재건 사업에 나섰다. 그리스도인들의 파괴된 집을 지어주고, 쓰러진 십자가를 다시 세우는 사업이다.
성직자와 수도자들 수난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어느 해보다 납치와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예멘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된 인도 살레시오회 소속 톰 우준날리 신부는 피랍 18개월 만인 9월에 다행히 구출됐지만,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목숨을 잃었다.(2017년도 미집계, 2016년은 23명). 멕시코에서는 최근 사제들이 강도의 표적이 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에만 사제 4명이 살해되고, 미수에 그친 납치 사건이 2건 발생했다.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100년 전 포르투갈의 산골 마을 파티마에 모습을 드러내고, 죄인들을 위한 희생과 묵주기도 봉헌의 메시지를 전해 준 성모 발현 사건을 기념했다. 각국 교회는 파티마 성모상 국제 순례와 기념 미사, 다양한 문화 행사 등을 통해 하느님의 어머니가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낸 의미를 되새겼다. 교황은 5월 12~13일 파티마를 방문해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발현의 증인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 남매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너무도 다른’ 두 지도자 첫 만남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24일 바티칸에서 처음 만났다. 한 명은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이고, 다른 한 명은 최강대국 정치 지도자라는 점에서 세계적 관심을 끈 회동이었다. 바티칸은 두 지도자의 비공개 면담이 끝난 뒤 “중동의 상황과 소수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의 보호 문제, 그리고 정치적 협상을 통한 평화 증진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혼 후 사회혼한 신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논란 지속
이혼 후 재혼(사회혼)한 신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가능성 논란이 올 한 해 신학계를 달궜다. 2014, 2015년 잇따라 열린 가정 시노드에서부터 시작된 쟁점인데, 교황의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석을 둘러싸고 본격화했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는 복음과 “그들의 다양한 상황을 지나치게 엄격한 틀에 맞추지 말라”(「사랑의 기쁨」 298항)는 조항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11월 19일)
성경 속 가난의 의미를 성찰하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풀자는 취지로 제정된 날이다. 세계 교회는 이날 일제히 가난한 이들을 방문하거나 식사 자리에 초대해 그들 손을 잡아줬다. 교구장 주교들의 사회 복지시설 방문도 줄을 이었다. 교황 역시 “가난한 이들은 우리에게 천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사람들”(기념 미사)이라고 말하고, 미사에 초대된 1500여 명과 바티칸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대통령 질주에 제동 건 필리핀 교회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ㆍ범죄와의 전쟁을 빌미로 초법적 공권력을 휘두르는 데 대해 주교회의가 잇달아 비판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필리핀 교회를 대표하는 마닐라대교구장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은 경찰이 마약 누명을 씌워 17세 고교생을 사살한 정황이 드러나자 “마약과의 유혈 전쟁을 끝내라”고 강한 어조로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1980년대 피플파워 혁명 이후 서서히 진행돼온 교회의 도덕적 권위 실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미 대통령 예루살렘 수도 인정 후폭풍
미 트럼프 대통령이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바람에 성탄을 기다리는 ‘평화의 도시’가 다시 갈등과 화염에 휩싸였다. 예루살렘은 그리스도교ㆍ유다교ㆍ이슬람교 모두에게 가장 성스러운 땅이라 유엔은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도시로 선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교황뿐 아니라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의 현 상태(Status Quo)를 존중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