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 ‘최후의 만찬’, 1495~1497년.
사도란 무슨 뜻인가요. 또 열두 제자만 사도라고 부를 수 있는지요?
신약성경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따르던 제자들 가운데 12명을 따로 불러 그들을 '사도'로 삼으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마르 3,13-19; 마태 10,1-4; 루카 6,12-16). 그런데 성경에서는 이 12제자에 속하지 않는 바오로나 바르나바도 사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사도 14,14). 사도에 대해 좀 더 알아봅니다.
사도란 그리스어 '아포스톨로스'(αποστολοs)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인데, 아포스톨로스는 '보내다''파견하다'는 뜻을 지닌 동사 '아포스텔로'(αποστελλω)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아포스톨로스는 원래 사절, 특사 같은 일반적 의미로 사용됐고 종교적 의미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에는 사도란 말이 80번 가량 나올 정도로 빈번하게 사용됐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자 파견된 사람'이라는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도'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복음서를 살펴보면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네 복음서 가운데 마태오ㆍ마르코ㆍ루카 세 복음서를 공관복음서라고 부릅니다. 구조와 내용이 비슷하고 일치하는 부분도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예수님께서 12제자를 사도로 부르시고 파견하신 부분을 공관복음서(마태 10,1-4; 마르 3,13-19; 루카 6,12-15. 또한 마태 10,5-15; 마르 6,7-13; 루카 9,1-6)에서 보면 공통되는 점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예수님께서 직접 부르셔서 뽑으셨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병을 고치는 능력과 마귀를 쫓아내는) 능력을 주시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도록 파견하셨다는 것입니다.
복음서의 이런 내용을 요약해 보면 사도란 예수님께서 직접 부르시고 선택하신 제자로서 예수님에게서 능력을 받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도록 파견된 사명을 띤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공관복음서가 증언하듯이 예수님께서 이렇게 친히 뽑으신 사도는 모두 12명이었습니다.
12사도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교회의 반석이 되라는 뜻에서 '베드로'라고 이름을 바꿔주신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 제베대오의 아들인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타대오, 열혈당원으로 알려진 시몬, 그리고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입니다.
그런데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는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구별하기 위해 대(大)야고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알패오의 야고보는 소(小)야고보가 되겠지요. 또 유다 이스카리옷은 예수님을 팔아넘긴 뒤에 죽고 맙니다. 그래서 사도들은 기도한 후 제비를 뽑아 마티아를 사도로 선택하지요(사도 1,15-26).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됩니다. 사도는 이 12사도밖에 없느냐는 것입니다. 신약성경 사도행전에서는 바오로와 바르나바에 대해서도 사도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바르나바는 사도들의 증언에 감화를 받아 자기 밭을 판 돈을 몽땅 사도들에게 바친 인물로(사도 4,36-37), 나중에 바오로와 함께 이방인 선교를 위해 사도들에 의해 안티오키아로 파견됩니다(사도 15,22-35).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오로는 자신이 부활하신 예수님에게서 부르심을 받고 사도로 파견됐다는 점을 신약성경 서간 여러 곳에서 강조합니다(예를 들면 로마 1, 1; 1코린 1,1; 갈라 1,1 등). 바오로가 이처럼 자신이 사도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당시 교회에서는 누구를 사도라고 부르느냐와 관련해 논쟁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당시에 이른바 '사도 논쟁'이라는 것이 있었든지 아니든 간에, 성경의 기록과 교회 전통은 바오로를 사도로, 그것도 베드로와 쌍벽을 이루는 사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바오로는 자신과 열두 사도 외에 주님의 형제인 야고보와 바르나바, 안드로니코스와 유니아 등을 사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1코린 9,6; 15,7; 갈라 1,19; 로마 16,7 등 참조). 따라서 사도란 열두 사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합시다
우선 엄밀한 의미에서 사도란 예수님께서 직접 부르셔서 복음선포의 사명을 맡기신 12제자를 가리킵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받고 특별히 이방인의 사도가 된 바오로 사도의 주장에 비춰보면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복음선포 사명을 띠고 파견된 이들도 사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중세기 성인 치릴로(827∼869)와 그의 형 성 메토디오(825∼885)는 슬라브 민족의 복음화에 크게 기여한 분들로 '슬라브인의 사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사도라고 하면 흔히 12사도로 이해하게 되는 것은 예수님께서 친히 뽑으신 12제자가 대표성을 지니는 사도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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