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8월 16일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식을 거행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9월은 순교자들을 특별히 기리는 순교자성월이라고 하는데 성월이란 무엇인지 또 왜 9월을 순교자성월로 지내는지 알고 싶습니다.
성월(聖月)이란 말 그대로 거룩한 달 또는 거룩하게 지내는 달입니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지향을 가지고 거룩하게 지내는 달을 말합니다. 그래서 순교자성월이라고 하면 '순교자'라는 특별한 지향을 가지고 그 달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 성월의 개념과 종류
교회에는 하느님께 예배드리고 성인들을 공경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크게 전례 행위와 신심 행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례 행위란 교회의 공적 예배 행위를, 신심 행위란 교회 공적 예배는 아니지만 교회가 인정한 것으로 신자 대중들의 신앙심을 표현하는 다양한 행위들을 가리킵니다. 성월(聖月)은 이 신심 행위에 속하지요.
교회는 일년 중 어느 달을 예수님이나 성모 마리아 또는 성인께 봉헌해서 특별히 도움을 청하고 모범을 본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성월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매달 특별한 지향을 둔 성월을 지냈는데 요즘엔 많이 사라졌습니다. 또 나라에 따라서 특별한 성월을 지내는 곳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 천주교회에서 지내고 있는 성월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요셉성월 : 성 요셉 대축일(3월19일)이 들어 있는 3월은 예수님의 양아버지이며 성모 마리아의 배필이신 성 요셉을 특별히 공경하면서 그분의 모범을 본받고자 노력하는 성요셉성월로 지냅니다.
◇성모성월 : 교회는 오래 전부터 계절의 여왕인 5월을 특별히 성모 마리아께 봉헌하고 그분의 전구를 구하며 그 모범을 본받는 달로 지내왔습니다. 성모성월에는 본당마다 '성모의 밤'이라는 특별한 기도 행사를 갖습니다.
◇예수성심성월 : 인류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성심)을 특별히 공경하는 달로, 예수성심대축일(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후 첫 금요일)이 있는 6월에 지냅니다.
◇순교자성월 : 다른 성월들은 한국 천주교회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교회에서도 일반적으로 지내는 성월들입니다. 그러나 순교자성월은 한국교회가 지내는 독특한 성월입니다. 이땅에서 순교하신 수많은 신앙선조들을 기리며 그 모범을 본받고자 하는 달로 9월에 지냅니다.(아래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묵주기도성월 :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10월7일)이 들어 있는 10월에는 특별히 묵주기도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와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묵주기도에서 드러나는 구원 신비(환희ㆍ빛ㆍ고통ㆍ영광의 신비)를 새기며 그 신비에 동참합니다.
◇위령성월: 위령의 날(11월2일)이 있는 11월을 교회는 특별히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달로 지냅니다.
한국교회는 각 성월에 바치는 기도문을 만들어 신자들이 기도를 바치면서 해당 성월을 더욱 뜻있게 지내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성월 기도들은 「가톨릭기도서」에 나와 있습니다.
▨ 한국 천주교회와 순교자성월
앞에서 잠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 천주교회는 특별히 9월을 순교자성월로 지내는데 이는 다른 나라 교회에는 없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여 믿음의 꽃을 피운 한국 천주교회는 교회 창립 이후 약 100년간 엄청난 박해를 받았고 수많은 순교자들을 낳았습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신앙선조들이 흘린 순교의 피가 밑거름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순교정신을 기억하며 오늘에 되살려 이어가는 일은 우리 한국교회와 신자 개개인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순교자성월을 정해 지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천주교회는 처음에는 순교자성월이 아니라 복자성월을 지냈습니다. 1925년 7월5일 바티칸에서는 한국 순교자들 중 기해(1839)ㆍ병오(1845) 박해 순교자 79위 시복식이 거행됐습니다. 한국교회는 이듬해부터 79위 가운데 가장 많은 복자가 순교한 9월26일을 '한국 치명복자 79위 첨례'로 정해 순교복자들을 현양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차츰 발전해 79위 복자 중 33위가 순교한 9월을 복자성월로 지내게 됐습니다.
1968년 10월6일에는 바티칸에서 병인박해(1866) 순교자 24위 시복식이 거행됐고,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시복된 103위 순교복자들은 1984년 5월 6일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신앙대회 및 103위 시성식에서 마침내 성인으로 선포됐습니다.
복자들이 모두 시성됨으로써 '복자' 명칭을 사용할 이유가 없게 되자 한국교회 주교들은 복자성월을 '순교자성월'로 바꾸고 기도문도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로 바꿨습니다.
9월 순교자성월에 우리는 특별히 103위 한국 순교성인들을 공경하면서 그분들의 순교정신을 본받고자 노력하며 아울러 아직도 시복ㆍ시성되지 못한 순교선조들의 시복ㆍ시성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cpbc.co.kr
<<알아둡시다>>
천주교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 가운데 믿음이나 덕행에서 뛰어난 모범을 보인 이들을 '성인(聖人)' '복자(福者)'라고 부르면서 특별한 공경을 바칩니다. 성인은 전세계 교회(보편교회)가 공적으로 공경을 바치며, 복자는 해당 지역교회(개별교회)에서 공경을 바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자와 성인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교황청이 교황의 재가를 얻어 복자나 성인으로 선포한 후에야 복자 또는 성인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복자로 선포하는 예식을 시복식(諡福式), 성인으로 선포하는 예식을 시성식(諡聖式)이라고 부릅니다. 바로 성인으로 선포되는 경우는 없으며, 시복식을 통해 복자로 선포된 후에 다시 엄격한 조사를 거쳐 시성식을 통해 성인으로 선포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자로 선포되려면 믿음이나 덕행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뿐 아니라 시복 대상자의 전구(轉求)를 통한 기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순교자는 예외입니다. 순교 사실이 확실할 경우에는 기적이 없어도 시복될 수 있습니다.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교 행위는 그 자체가 기적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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