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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성월 특집] 한국 교회 시복시성을 상징하는 숫자들

참 빛 사랑 2017. 9. 2. 21:27


숫자로 보는 한국 교회 시복시성 현황





103, 124, 253.

순서대로 한국 교회의 성인(聖人), 복자(福者), 현재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하느님의 종’ 숫자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한국 교회 시복시성 현황을 살펴본다. 적지 않은 성인과 복자를 배출한 한국 교회는 지금도 많은 신앙 선조들을 성인품에 올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오늘의 한국 교회가 있게 한 분들이다. 


성인 : 103위


초창기 한국 교회사는 순교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박해가 심했다.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 이 가운데 1839년 기해년부터 1846년 병오년 사이에 순교한 79위가 1925년 7월 5일에, 1866년 병인박해 당시 흥선대원군의 탄압으로 순교한 24위가 1968년 10월 6일에 복자품을 받았다. 시복식은 모두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됐다.
 

이들 103위 순교 복자의 시성식은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주례로 1984년 5월 6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다. 로마 이외의 지역에서 시성식을 개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한국 교회가 선교사가 아닌 평신도에 의해 순교로 출발한 자생적 교회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성인 반열에 오른 103위는 첫 한국인 사제 김대건 신부와 한국 평신도 92명,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프랑스 선교사 10명(주교 3명, 신부 7명)이다.

 

 

복자 :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103위 성인 탄생은 한국 교회의 큰 영광이었으나 103위가 순교하기에 앞서 순교한 초창기 신앙 선조들에 대한 시복시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들에 대한 시복시성 작업은 주교회의 200주년 기념 사업위원회와 각 교구별로 진행되다가, 1997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가 통합 추진을 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시복 대상자는 첫 대규모 박해인 신유박해(1801) 때 순교한 53위를 포함해 기해박해(1839)를 거쳐 1888년까지 순교한 124위. 2004년 9월 개정한 시복 조사 법정은 2009년 5월 폐정했다. 교황청 시성성에 접수된 시복 청원서는 2013년 교황청 시성성 역사위원회와 신학위원회 심의, 2014년 2월 교황청 시성성 추기경과 주교단 심의를 통과했다. 마침내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7일 시복 결정 교령 발표를 허락하면서 124위에 대한 시복이 확정됐다.
 

124위 시복식은 2014년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 시복식을 바티칸이 아닌 현지에서 교황이 직접 주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시복식이 열린 광화문 광장은 순교자들이 순교한 형조, 좌ㆍ우포도청, 의금부 등이 있던 자리여서 의미를 더했다.

 

 

시복 추진 대상자 : 253위


▲최양업 신부
 

두 번째 한국인 사제 최양업(토마스, 1821~1861) 신부는 시복시성 대상자 가운데 유일하게 순교하지 않은 경우다. 20여 년 전 청주교구 배티성지가 전기 자료집을 간행하면서 시작된 최양업 신부 시복 추진은 2001년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안건의 청구인이 되면서 공식화됐다.

최 신부의 시복 안건은 현재 교황청 시성성에서 심의 중이다. 최 신부는 지난해 4월 시성성에 의해 ‘가경자’로 선포됐다. 증거자로서 영웅적 덕행의 삶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최 신부는 전구를 통한 기적이 입증되면 시복이 결정된다. 조만간 최 신부가 복자품에 오르는 기쁜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한국 교회는 2009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와 ‘한국 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를 추진키로 한 데 이어 2013년 두 안건의 대표 순교자로 각각 이벽 요한 세례자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를 정해 교황청 시성성에 보고하면서 시복 추진을 본격화했다. 이후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는 지난 2월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추진 예비 심사 법정을 개정했다. 시복 추진의 구체적인 막이 오른 것이다.
 

복자 124위의 경우 시복 예비 심사 법정에 5년, 교황청 심의에 5년이 걸렸다. 두 안건 역시 올해 법정이 개정한 만큼 시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 안건(총 214위)에 대한 시복 예비 심사 법정 개정은 한국 교회의 시복시성 추진 대상이 조선 왕조 치하 순교자들에서 근현대 신앙의 증거자들로까지 확대됐음을 보여 준다.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는 초창기 한국 교회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 1785년에 순교한 이벽 요한 세례자와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권철신 암브로시오 등 1879년까지 순교한 이들이다. 근현대 신앙의 증인인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는 1901년 제주교난 때와 6ㆍ25 전쟁 직후 공산당의 박해로 순교한 이들로, 20명의 외국인 선교사와 3명의 외국인 수녀가 포함됐다.


 

▲신상원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총 38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별도로 시복을 추진하는 이들이다. 왜관수도원이 선정한 38위는 1949년부터 1952년까지 북녘땅에서 공산당에 의해 순교했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성 베네딕도회 소속 남녀 수도자들,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ㆍ연길교구 소속 사제들이다. 한국인(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이 13명, 독일인(사제ㆍ수도자)이 25명이다.
 

2009년 12월 처음 열린 이들에 대한 시복 예비 심사 법정은 20세기 한국 교회 순교자들에 대한 첫 시복 재판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38위는 교황청 시성성으로부터 시복을 추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장애 없음’ 판정을 받았다.
 

남정률 기자 njyul@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