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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엄격한 잣대보다 ‘가정생활의 기쁨’ 강조

참 빛 사랑 2016. 4. 14. 20:25


가정에 관한 주교 시노드 후속 문헌,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발표

“부부의 사랑은 본성상 모든 것을 아우르고 지속하는 결합입니다. 거기에는 기쁨과 투쟁, 긴장과 휴식, 고통과 안도, 만족과 갈망, 성가심과 즐거움이 뒤섞여 있습니다”(「사랑의 기쁨」 123,126항).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9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혼부부들을 축복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과 2015년 두 해 잇따라 열린 가정에 관한 주교 시노드의 최종 결과라고 할 수 있는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을 8일 발표했다.

이 문헌은 주교 시노드에서 나온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토대로 교황이 가정 사목의 과제와 방향을 제시한 가르침으로, 향후 전 세계 교회 가정 사목의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된다. 서론과 9개 장, 총 325개 항으로 이뤄졌다.

교황은 무엇보다 먼저 교회는 현대 사회 가정의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식별’하고, 이들 가정에 가까이 다가가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엄격한 율법의 잣대가 아니라 가정생활의 기쁨을 북돋우고, 상처받은 가정을 하느님 자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목적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시노드 회기 중 교회 안팎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던 주제는 이혼 후 재혼(사회혼)한 신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였다. 동성애와 낙태, 동거와 이혼 등 이른바 ‘상처받은 가정’에 대해 입장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때문에 후속 권고에 이에 관한 중대한 변화 조치가 담길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하지만 교황은 예상과 달리 교리와 전통적 가르침에는 하나도 손을 대지 않았다. 일반적 원칙을 모든 개별 상황에 직접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교황은 제8장에서 안내(guiding), 식별(discerning), 통합(integrating)이라는 3대 열쇳말을 교회에 제시했다. ‘상처받은 가정’ 혹은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들’(irregular situations)을 심판하려 하지 말고 사목적으로 신중히 식별해서 교회로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회는 장벽이 아니라 다리이고, 그 사명은 야전병원 같아야 한다”는 교황의 평소 지론과 맥을 같이한다.

또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들’에 놓인 사람들도 “교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느님 은총 안에서 살 수 있다”며 “어떤 경우 성사의 도움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표현이 모호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신학자이자 오스트리아 빈 교구장인 쇤보른 추기경은 「사랑의 기쁨」 발표회장에서 “교황은 교리를 바꾼 게 아니라 교리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논쟁적 이슈는 「사랑의 기쁨」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 문헌에는 가정의 소명과 가정생활의 아름다움, 혼인, 자녀 양육 등 가정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이 교황 특유의 쉽고 간결한 문체로 망라돼 있다.

교황은 가정생활의 기쁨과 희망을 북돋는 데도 중점을 뒀다.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가정생활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혼 등으로 인해 성사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파문당한 것이 아니고, 교회에 속해 있다”며 교회 생활에 적극 참여하라고 격려했다.

교황청은 “「사랑의 기쁨」은 교회와 사목자들에게 가정에 관한 초점을 바꾸라고 촉구한다”며 “이 문헌의 실천을 서두르기보다는 내용을 먼저 천천히 읽어보라”고 밝혔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 문헌을 최대한 빨리 번역해 국내에 보급할 예정이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