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의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225㎎/㎗(정상 200㎎/㎗ 미만), 중성지방 175㎎/㎗(정상 150㎎/㎗ 미만), 저밀도지단백질(LDL) 콜레스테롤 150㎎/㎗(정상 100㎎/㎗ 미만), 고밀도지단백질(HDL) 콜레스테롤 45㎎/㎗(심혈관질환 보호 기준 60㎎/㎗ 이상)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는 의사에게 적절한 열량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며 지방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충분히 먹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회사 중간관리자로 주로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40·50대 직장인이 건강검진 때 단골메뉴로 '경고'를 받는 게 바로 '고지혈증'이다. 고지혈증은 술과 육류를 과다 섭취하는 잘못된 식생활 습관이 주범이지만 유전적 요인이 원인일 때도 있다. 평소 술과 육류를 많이 먹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않은데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면 가족력을 의심해봐야 한다.
전동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지혈증은 혈액 속에 지방 성분이 높은 상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총콜레스테롤이 240㎎/㎗를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며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당뇨병, 고혈압 등의 성인병이 함께 발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지혈증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3년 128만8000명으로 2008년보다 54만2000명이나 늘었다. 진료 환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이 78만2000명으로 남성(50만6000명)보다 많았다.
전 교수는 "고령일수록 지질대사가 감소하므로 더 많이 발병할 수 있으며 특히 여성은 폐경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지혈증(高脂血症)은 글자 그대로 핏속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중 한 가지라도 정상보다 많은 상태를 뜻한다. 고지혈증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정도로 특별한 증상 없이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긴 채로 묵묵히 동맥경화를 진행시킨다. 그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심근경색이나 뇌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는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음식물을 통해 몸 안으로 흡수된 지방은 수용성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단백질과 결합해 혈액으로 운반 대사된다. 이재민 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체내로 흡수된 지방과 대사산물인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인지질, 유리지방산 등은 단백질과 결합해 수용성 형태의 지단백이 되는데 이런 혈청지질이 정상보다 많이 증가하면 고지혈증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지혈증은 유전적 결함에 의한 '일차성 고지혈증'과 질병, 약물, 식이 등 환경 인자에 의해 유발되는 '이차성 고지혈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조절이 잘 안되는 당뇨병, 갑상샘기능저하증, 통풍, 신장질환, 요독증, 폐색성 간질환, 췌장염, 홍반성 낭창 등의 질환은 이차적으로 고지혈증을 동반한다. 약물 중에는 경구피임약, 부신피질호르몬제, 항고혈압약 등이 고지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술과 포화지방산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고지혈증의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의 빠른 식사시간도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877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식사시간이 짧을수록 체질량지수가 높아 비만 위험이 높고, 혈액에 존재하는 중성지방수치를 높여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것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다. 콜레스테롤은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며 몸 안에 100~140g이 있다. 그중 20~30%는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고 나머지 70~80%는 간이나 소장에서 합성돼 만들어진다. 콜레스테롤은 전체의 약 4분의 3이 체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식생활 못지않게 유전에 의한 체질, 기저질환, 성별, 연령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젊은 연령대에서 여성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남성보다 낮지만 갱년기 이후부터는 급격히 상승한다. 그 이유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나쁜(LDL)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좋은(HDL) 콜레스테롤을 늘려 혈관을 지켜주지만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감소해 LDL 콜레스테롤이 늘고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
중성지방은 지방, 당질, 알코올을 원료로 해 간에서 합성되며 근육이나 심장의 에너지원이 된다. 중성지방은 콜레스테롤과 마찬가지로 신체 기능 유지와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과잉 분량의 중성지방은 내장이나 피하의 지방조직에 축적되고 일부는 혈액 속으로 방출된다. 간에서 합성되는 중성지방 수치는 술을 자주 마시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여성의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원인으로는 과자나 과일의 과다 섭취를 들 수 있다.
이처럼 콜레스테롤·중성지방과 밀접한 고지혈증은 50대 이후 급격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40·50대 근로자가 간혹 돌연사하는 이유는 고지혈증 때문이다.
고지혈증으로 동맥의 70% 이상이 막혔을 때 간혹 목 뒷덜미가 찌릿찌릿하거나 손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무시할 때가 많다. 그러다가 혈액 흐름이 막혀 심근경색으로 악화돼 돌연사하게 되는 것이다.
고지혈증 치료의 중심은 식사 조절과 운동을 통한 생활 습관 개선, 적절한 체중 유지, 약물 복용이다. 무엇보다 고지혈증 치료와 예방은 과도한 육식을 줄이고 채소 중심의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금연과 함께 유산소운동을 통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높여야 한다. 운동 효과를 보려면 최소 한 주에 3번, 한 번에 30분씩 운동을 해야 한다. 고혈압과 당뇨병도 철저한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한다.
약물치료에는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널리 쓰인다. 이 약은 드물게 근염이 발생할 수 있어 약물 투여 시 근육통이 온다면 혈중 크레아틴 키나아제(근육효소)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콜레스티라민 약은 LDL 콜레스테롤은 떨어뜨리지만 중성지방 수치를 올린다.
또한 콜레스티라민은 소화기계 증상(가스가 차고 변비 등을 호소)이 나타날 수 있다.
니아신 약은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HDL 콜레스테롤을 올려주지만 홍조, 간기능·혈당 조절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피브레이트 제제는 중성지방을 낮춰주지만 소화기 장애와 담석이 생길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하루 3~4g을 복용하면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지만 과다 복용하면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얼마 전 신년인사회를 겸한 파티장에서 52세의 A씨가 넘어졌다. 그는 “구급차를 불러주겠다”는 주위 사람의 제의를 “괜찮다”며 만류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잠깐 어지러움을 느껴 휘청거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A씨는 그 뒤에도 별 문제가 없는 듯했다. 지인들과 그런대로 즐겁게 어울리다 제 발로 귀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튿날 오후에 터졌다. 저녁 무렵 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응급 후송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지주막하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파티장에서 발생한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한 게 문제였다. 어지러움을 느꼈을 때 곧바로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구급차를 이용했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던 죽음이었기에 안타까움이 더 컸다.
뇌졸중 적신호가 켜졌다. 최강 한파가 이어지면서 갑자기 극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 김용재 교수는 25일 “우리 몸은 갑작스런 추위와 생활패턴의 변화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한파가 이어질 때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은 만큼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두통을 경계해야 한다. 두통은 평소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지만 그 자체로 머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더욱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 두통을 호소한 환자가 18∼32%나 되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지주막하출혈에 의한 두통이다. 2명 중 1명이 사망한다. 다행히 생명을 건지더라도 후유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50%에 이른다.
지주막 부위 뇌혈관이 터지면 갑자기 벼락이 치는 듯한 두통 또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이 발생한다. 어지러움을 느낀 뒤 잠깐 의식을 잃을 수 있으며 출혈량이 많을 경우 바로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대개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거나 격렬한 운동을 한 직후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문제는 지주막하출혈 중 약 10%가 A씨와 같이 처음엔 별다른 증상도 없이 머리가 묵직한 정도의 두통만 나타낼 뿐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단순 두통으로 오인했다가 응급상황을 자초하기 쉬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발생 빈도는 낮지만 뇌 조직에 치명상을 가하는 뇌정맥 혈전증도 두통을 일으킨다. 뇌정맥 혈전증은 뇌 밖으로 혈액을 흘려 내보내는 정맥이 막히는 병이다. 이 경우 갑작스럽기보다는 조금씩 두통이 심해지는 양상이 대부분이다. 배에 힘을 주거나 누워있으면 정맥순환이 더 어려워 두통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역시 치료가 늦어질수록 뇌경색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뇌경색증도 약 20% 정도에서 두통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주로 혈관을 막는 염증 물질과 막힌 곳을 돌아가는 우회 혈관의 확장 등이 신경을 자극해 두통을 일으킨다.
뇌경색증으로 시야를 담당하는 우측 뇌 후두엽이 손상되면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이 동반된다. 따라서 갑자기 두통을 느꼈는데 한쪽 눈이 침침한 듯 여겨지면 바로 뇌경색을 의심하고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젊은 여성이 많이 앓는 편두통도 뇌졸중을 부른다. 편두통은 주로 머리 한쪽 또는 양측이 아프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4∼72시간 지속되는 증상이다. 이때는 구역, 구토 외에 눈앞이 뿌예지고 뭔가 번쩍이는 섬광이 나타난다든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의 전조 증상을 보인다.
한림의대 (평촌)성심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는 “이런 전조가 있는 편두통의 경우 뇌졸중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2∼3배에 이른다. 특히 45세 이하 나이에 흡연을 하고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평소 편두통을 겪고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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