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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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참 빛 사랑 2015. 4. 3. 23:24

 

개인주의 만연으로 말라가는 사랑, 관계와 영성으로 해결할 수 있어


▲ 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안셀름 그륀 지음/이종한 옮김/분도출판사



많은 심리학자에 따르면 현대인의 가장 심각한 질병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이 개인주의다. 개인주의는 타인이나 사회의 압력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한 번뿐인 삶을 실현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모든 에너지를 자기 삶에만 집중함으로써 타인을 도구화한다는 단점도 있다.

우리 모두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속도의 압박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상대와의 관계가 성숙하기를 기다리지 못한다. 상대에게 실망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갈수록 많은 연인이 갈수록 빨리 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랑은 끝난 것인가. 안셀름 그륀(독일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신부는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 여기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물음을 제시한다. ‘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그륀 신부가 제시한 사랑의 양식은 관계와 영성이다. 초월에 대한 감각이자 삶의 깊은 차원에 대한 직감을 의미하는 영성은 내가 상대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관계를 향한 하느님의 축복을 신뢰할 수 있게, 큰 희망을 품고 관계에 몸 던질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영성은 관계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이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다른 한편으로 관계 체험은 ‘우리의 삶’과 ‘관계의 영성적 차원’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남녀 관계가 잘 맺어지기 위해 요구되는 태도는 결국 영성적 태도이기도 한 것이다. 신뢰와 책임, 사랑과 헌신, 희망과 확신, 자유와 해방, 감사와 겸손 등의 태도가 그렇다.

▲ 안셀름 그륀 신부는 “하느님 사랑이 우리 안에 있음을 신뢰하는 것이 영성이며, 이는 말라가는 사랑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라고 그의 저서에서 강조하고 있다.



‘알아차림’은 영성의 중심 개념 가운데 하나다. 알아차림은 남녀가 함께 걷는 일상의 여정에서도 중요하다.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일상의 일을 깨어 있는 마음으로 해나가야 한다. 가령 남편이 영성의 길을 걷는다며 기도와 묵상만 하고 집안일을 꺼리면 안 된다. 부부는 자신의 감정을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불만이란 감정을 성찰하며, 자신이 왜 불만을 느끼는지 되물어야 한다. ‘상대에게 무엇인가 다른 것을 기대했는가’ ‘나의 기대가 현실적인가’ ‘아니면 환상을 좇고 있는가’…. 알아차림의 태도로 감정을 대하면 더 적극적으로, 더 개방적으로 상대와 소통할 수 있다.

그륀 신부는 “부부간 사랑이나 애인 간 사랑에 성공을 보장해줄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이란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관계와 영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사랑의 여정은 환멸과 충만, 매혹과 상처의 여정이다. 이런 불안정성이 우리를 부서지지 않는 사랑,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랑, 곧 하느님의 사랑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사랑은 점점 더 식어가는 우리 사랑에 생기를 선사하고, 점점 더 말라가는 우리 샘을 다시 채워주며, 그 샘 속에 있는 생명력을 일깨운다. 그 샘은 하느님의 것이기에 결코 마르지 않는다. 그 사랑의 샘이 우리 안에 있음을 신뢰하는 것이 곧 영성이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